그런데 어느날 양이가 제 또래의 새까만 고양이 한 마리와 같이 왔습니다.
너무 반가워서 냉장고에 넣어 두었던 고기 반찬을 꺼내어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두 녀석이 싸우지도 아니하고 나누어 먹었습니다.
먹고나서는 한 녀석은 큰 화분에 또 한 녀석은 다른 화분 사이에
누워서 놀다가 한참 후에 같이 가 버리다군요.
죽은 줄 알았던 양이가 친구까지 데리고 나타난 것도 재미있고
고기 반찬을 서로 싸우지 않고 먹는 것도 신기했습니다.
그런데 카메라로 사진을 찍다 보니 '깜둥이'의 눈이 이상하게 보였어요.
한 쪽 눈은 반짝반빡 반사가 되는데 다른 쪽 눈은 빛이 나지 않아요.
내가 이상하다고 하니까 할매는 각도에 따라 그럴 수도 있지 이상한 건 아니라고 합니다.
그 다음에 자세히 관찰하니 애꾸눈이었어요.
길고양이 마을에는 안과도 없나 봅니다. 처음부터 애꾸눈이었는지 다쳐서 그렇는지
치료비가 없어서 치료를 못해서 그런지 알 수가 없지만.
요즘은 우리가 좋아하던 양이는 자주 오지 않고 새로 가족이 된
깜둥이만 혼자서 부지런히 오르내립니다.
지금은 전에 양이가 하던대로 와서 먹이를 먹고는
큰 화분 위에서 한참씩 놀다가 가기도 합니다.
우리를 피하여 도망가지도 아니합니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더 가까이 하지는 않습니다.
엊그제는 깡둥이나 양이가 와도 줄 게 없어서
밑반찬 하려고 까둔 마른 멸치를 내 주었습니다.
그래서 마트에 가서 고양이 사료를 한 부대 사 와서 조금씩 놓아 줍니다.
지금은 사료만 먹고 인사도 없이 가 버릴 때도 많습니다.
깜둥이에게 인게를 했는지 양이는 어쩌다 한 번씩만 오고
자주 올라오지 않습니다.
이제 좀 커서 활동 영역이 더 넓어졌나 봅니다.
그래도 잊지 아니하고 한 번씩 들르는 걸 보면 아직도 우리 가족으로
남아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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