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쯤 강원도 양구지방엔 냇물이 상당히 찼습니다.
1961년도 그 곳에서 군 복무를 할 때가 생각납니다.
11월 초순경이면 얇은 얼음이 얼고 그 때쯤 야전잠바 주머니 속에
건빵을 넣고 다니면서 먹다가 중대장님을 만났습니다.
"장일병, 학교 선생님이 길 다니면서 건빵 먹어서야 되겠나?
중대장님 저는 지금 일등병입니다. 앞으로 조심하겠습니다."
날씨가 싸늘해지니까 그 때 김기성 대위님이 문득 생각나네요. ,
벼가 누렇게 익을 때가 되면 '찰감'이라고 부르던 고향 감나무의 감이
서리를 맞아 땡감이 조금 물러지면서 단맛이 많이 나지요. 반으로 쪼개면
속이 서릿발처럼 보입니다.
정말 달고 맛이 있어요.
아이들은 그 감을 중참으로 했지요.
지금의 단감보다 훨씬 맛이 있었습니다.
고향이 그리워도 못 가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멀어서 못 가는 것도 아니고, 길이 막혀 못 가는 것도 아닙니다.
나이 많아 운전하기가 어려워서 못 가지요.
단풍이 아름다워지면 무슨 방법으로든지 고향엘 갈 생각입니다.
직접 운전을 하든지 다른 사람과 동행을 하든지
올 가을이 가기 전에 꼭 고향을 찾을 것입니다.
지난 6일 고향 가자고 하시던 형님께서
갑자기 몸이 좀 불편하여 다음으로 미룬 것이
벌써 열흘이 넘었네요.
큰 조카가 부산의 모 국립대학교 총장으로 취임하게 되어
뜻깊은 귀향길이었는데 .......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과장인 것 같습니다.
나이는 곧 늙음이고 노쇠입니다.
올 가을과 작년 가을
올 가을이
작년의 가을과 같지 않은 것처럼,
그 무엇도 하루하루 새로워지지 않는 것이 없다.
내일은 오늘과 다르다. 식상함으로 가득 차서
삶을 짧게 요약해 버리기보다, 매일 새롭게
정성 들여 시간을 색칠해가는 것,
그것이 스스로에게 줄 수 있는
즐거운 선물이 아닐까.
- 김혜령의《이게, 행복이 아니면 무엇이지》중에서-
* 올 가을과 작년 가을.
하늘은 높고 더없이 파란 것은 같습니다.
그러나 코로나를 몰랐던 작년 가을과 아직도
코로나가 뒤흔들고 있는 올 가을은 전혀 다릅니다.
오늘을 넘겼어도 내일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삶은 오늘에 있습니다.
오늘을 잘 견디고 올 가을을 더 잘
넘기면 정말 선물 같은 내일이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고도원의 아침 편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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