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일 저런 생각

그러나 수기

한길재순 2017. 12. 28. 09:21

2015년 여름 어느 월요일 평소와 같이 친구들과 가벼운 등산을 하는 날이었습니다.

산길에 나서면 내가 늘 선두그룹에서 걷습니다. 나이는 들어도 비탈길도 잘 걸었지요.

그런데 그날은  비탈길을 걸으니 다리에 힘도 없고 숨도 차서 도저히 같이 걸을 수가 없어서

맨 뒤로 쳐저서 힘겹게 따라갔습니다.

늘 뒤처져서 걷던 친구도 저만큼 앞에서 걸어가는데

나는 도저히 힘이 없어서 따라갈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 다음 월요일도 같은 현상이라 억지로 뒤따라 가다가 도중에서 혼자 내려왔습니다.

내 나이 팔십에 가까워도 지금까지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어느날  점심 시간에 혼자서 점심을 먹으려고 하는데 몸이 심상치 않았습니다.

혹시 싶어서 '혀밑에 넣는 약'을 넣어도 소용이 없어서 삼성창원병원으로 택시를

타고 갔습니다. 내 심혈관 담당 주치의가 없어서 다른 교수의 치료를 받았습니다.

입원을 했습니다. 혈소판과 피 수혈을 하고 나니 몸이 정상으로 돌아오더군요.

혈소판 부족현상으로 늘 조심하고 병원에서 검사도 받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그 뒤로는 2층 계단을 오르기도 힘들 때가 많았고 취미로 하던 채소밭에

 갈 힘조차 없었습니다.



그래서 부산대학병원에서 한 달에 한 차례씩 수혈을 하면서 골수검사를 했습니다.

검사 결과 '재생불량성 빈혈'이라는 국가에서 관리하는 난치병환자로 등록을

하였습니다.

골수에서 피를 만드는데 내 또래의 다른 노인들에 비해 1/3정도 밖에 피를 만들지

못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피가 모자라고 피가 모자라니 힘이 없는 거지요.

혈소판 증가 양과 피를 만드는데 도움을 주는 약을 처방 받고 계속 복용해도 큰 효과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수혈을 하고 나면 한 열흘 정도는 괜찮습니다.

수혈하는것이 무척 힘들지만, 주위에 항암주사를 맞는 분들을 보면

그래도 다행이 아니냐고 아내가 격려를 합니다.

수혈 후  20일이 넘어가면  온 몸에 힘이 빠집니다.

그러면 다시 병원으로 가서 수혈을 받았지요.


어느날 담당교수님께서 '주사요법 치료" 방법이 있다고 말씀 하셨습니다.

  한 주간 동안 병원에 입원하여 내 몸속의 백혈구를 모두 제거한 다음에

다른 주사로 새롭게 피를  만드는 치료법이라고 하였습니다.

그 다음날 입원실이 있다고 연락이 와서 입원을 하였습니다.

한참 있으니 치료사가 들어왔습니다.

왜 자녀들을 대동하지 않았느냐고 했습니다.

 자녀들에게 알리고 동의를 얻어야 한다네요.

환자와 보호자만으로는 안된다고요. 

우선 설명을 들어보고 자녀들의 동의를 얻게 하겠다고 했지요.

치료사 말로는 내 몸 속의 백혈구를 모두 제거 한  다음

주사를  맞는데, 만약  몸속에 백혈구가 제로가 되었을 때에 폐렴균이나

나쁜 균이 들어가면 그 길로 하늘나라로 가야 하는 위험성이 있다고 하더군요.

몸 속에 병균과 싸울 백혈구가 하나도 없는 상태이니까그렇게 되겠지요.

그래서 지금은 그런대로 수혈을 하면서도 지낼 수 있으니 더 나빠지면 그 때에 가서

치료를 받겠다고 하며 퇴원을 하였습니다.



그 후에도 계속 수혈을 했습니다. 힘들지만 어쩔 수 없었지요. 병원 약 외에  비트라는

채소를 갈아서 매일 복용합니다. 붉은 색이라 빈혈에 도움이 된다고 하더군요.

포도 즙도 마시고 가끔 포도주도 마십니다.  브루베리나 아로니아도 먹고,  벌들이

 만든 화분도 먹고 브라질넷트 등 다른 견과류도 계속 먹었습니다.

날마다 집사람이 새벽기도를 하면서 하나님의 치유의 은사를 갈구했습니다.

저도 기도하는 길 밖에 없다고 생각하여 늘 기도에 힘썼고요.

교우들도 나를 위해 기도해 주시고요.


그런데 지난 6월부터 수혈을 하지 않고 귀가하였습니다.

검사도 두 달  만이나 석 달 만에  한 번씩 합니다.

지난 9 월에 교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지금부터는 무슨 일을 해도 괜찮다".

고요. 너무 기쁘고 감사하여 이것이 기적이 아닌가 생각하고 감사를 드렸습니다.

11월 말에도 계속 피의 양이 늘어나고 혈소판도 많아지고 있다고 했어요.

내년 2 월에 와서 다시 검사를 해보자고 하시더군요.



2월에도 수혈을 하지 않고 그냥 돌아왔습니다.

5 월 9 일에 검사를 해 보니 헤모그로빈 12,4, 혈소판은 84000

이었습니다. 이제 거의 완치 상태라고 합니다.


이번에는 약을 처방하지 않고 그냥 지내다가 3 개월 후에

검사를 해보자고 합니다.


지금은  먼 곳으로 여행도 하고 가까운 산이나 둘렛길 걷기도

곧잘 합니다.

아침마디 텃밭으로 나가 1 시간씩 채소를 가꾸는 일도

아무 부담없이 잘하고 있습니다.

정상적인 사람과 같은 생활을 하면서 독서도 하고, 서에도 하고,

산과 들로 다니면서 들꽃 사진도 찍어서 하루도 빠짐없이

전국 카페에 글과 사진을 올리고 있습니다.


난치병이라고 하는 '재생불량 빈혈'이 치료가 된 것은

주치의 선생님의 적절한 치료와 붉은 색 비트를 하루도 거르지 않고

공급하면서 기도하는 아내의 정성이리고 생각하지만,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부족한 나를 불쌍히 여겨 고쳐주신 것이라 믿고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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