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일 저런 생각

버들강아지 눈 떴다

한길재순 2022. 2. 20. 07:26

해마다 입춘이 지나고 우수가 까까워지면  

봄의 전령인 버들강아지와 만나 인사를 나누고,

경향 각지의 여러 지인들에게 버들강아지를 통하여

봄이 남쪽 나라 진해에 오고 있음을 알려 왔다.

 

금년에는 입춘 후의 날씨가 물러가던 동장군의 변덕으로

몇 차례 심한 늦추위가 와서 차일피일 늦어졌다.

우수인  18일에도 이틀간 깜작 추위로 진해에도

다시 영하의 날씨다.

오후에 기온이 좀 오르는 것  같아

큰 맘 먹고 어렵게 찾아 갔더니 벌써 꽃이 피기 시작하고

벌들도 찾아왔다.

"버들강아지 눈 떴다.

봄 아가씨 오신다.

연지 찍고 곤지 찍고

꽃아가씨 오신다."

옛날 어렸을 적에 부르던 동요가 생각난다.

언덕으로 올라와서 버들강아지 나무를 위에서 보고 촬영한 모습니다.

진해에도 계곡은 많지만 버들강아지는 여기 한 군데 뿐이다.

오래된 고목이라 일부는 죽고 살아남은 가지에서 수많은 열매가 달리지만

새로 자라는 버들강아지 나무는 한 그루도 없는 게 참 이상하다.

내 고향마을에는 한 그루 아래에 많은 새끼를 치고 있던데.

이 나무는 시루봉에서 자은동 새아파트 촌으로 내려오는 계곡에 있다.

개울에서 이 나무에 까지는 20m 안쪽이지만 올라가는 길이 없고

개울에도 넘어진 나무들 때문에 올라가기가 어렵다.

매년 봄마다 내가 사진 찍으러 가는 것 외에는 아무도 찾지 않는

곳이라 나무줄기와 마른 풀들과 넘어진 나무들로 길이 위험하다.

마치 탐험하는 마음으로 겨우 겨우 찾아가는 길이다.

몇년 전부터는 올해가 마지막일지 모른다. 내년에도 여기에

올 수가 있을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으로 찾는다.

내 나이 여든 중반인 올해는 그런 마음이 더 한 것 같다.

(벌이 앉은 모습)

 

"참꽃 밭에 가면 배가 고파 죽고

버들강생이밭에 가면 배가 터져 죽고."

어렸을 적에 산골짝 아이들이 부르던 전래동요다.

*참꽃 ㅡ진달래. 버들강생이 ㅡ버들강아지

버들강아지 꽃이 지고 나면 누에 모양의 열매가 된다.

그 열매가 완전히 익기 전 부드러운 때에 따서 먹으면 

 달자지근한 맛이난다.

옛날 산골 아이들에게는 귀한 간식거리였다.

지금은 꽃이 활짝 피지 않아서

벌들도 그렇게 많이 보이지 않지만,

며칠 뒤 꽃이  활짝 피는 날이면 

많은 벌들이 날아와서 윙윙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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