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일 저런 생각

익어가는 새마을 동네의 가을

한길재순 2020. 10. 23. 19:24

 

 

 

 

 

 

 

 

 

 

나무에 달린 감을 딸 때에도 한 두 개는 그냥 둡니다.

그걸 '까치밥' 이라고 하지요.

아무리 인심이 사납다고 해도 까치가 먹을 것은 남겨두는 우리 인정입니다.

오늘 돌아보니 참새도 감나무의 홍시를 먹고 있습니다.

까치밥이라고 이름 붙여도 참새나 직박구리나 까치나 어느 새가 먹어도

말리지 않습니다.

 

 

30년 전 일입니다.

그 때에도 고향마을에는 노인들만 살다 보니 집집마다 있는 큰 감나무의

홍시를 아무도 따지 않아 겨울동안 얼었다가 녹았다가 하다가

저절로 땅에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도교육연구원에 근무할 때였습니다.

우리 부의 연구관과 연구사 넷이서 고향마을로 홍시를 따러 갔었지요.(직원체육일)

그 때만 해도 고향마을에는 70대 할머니들이 많았습니다.

우리가 온다는 연락을 받고는 집안 형수님들이 감을 따는 장대를 만들어 놓고

우리와 같이 홍시를 따 주셨지요.

다음날 오후에 도교육청과 연구원 직원들이 홍시 파티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 홍시를 따주던 형수님들도 모두 하늘나라로 가셨고, 우리 부의 연구사

한 분도 지금은 하늘나라의 시민이 되었습니다.

 

 

새마을 동네의 과일 중의 하나는 모과입니다.

'과일전 망신은 모과가 시킨다.' 라는 말이 있지만 시대가 변해서 그런지

요즘 모과는 모두 인물이 좋습니다.

과일전 망신의 대상이 아니고 미인이나 미남 같은 과일이 모과입니다.

모과는 약재나 모과차, 모과주 재료로 사용됩니다.

향이 좋아서 자동차 안이나 거실 등에 놓아두기도 하고요.

 

 

 

내 고향은 의령 봉수면 산골마을입니다.

40여호가 되는 마을인데 집집마다 찰감나무가 다 있었습니다. 우리집에는 큰 감나무가

4 그루가 있었는데 일부 곶감을 깎고 대부분 홍시를 만들어 먹었답니다.

벼 타작을 마치고 나면 빨갛게 된 감을 따서 빈 독에 넣기도 하고

초가 지붕 위에 집단으로 둘러싸고 그 안에 감을 넣어 월동을 하였습니다.

추운 겨울에 얼다싶이한 홍시를 내려다 매우 달고 맛 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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