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일 저런 생각

해바라기가 피다.

한길재순 2022. 6. 12. 16:49

시장 갔다가 돌아오는 골목 담 밑에 피어 있는 해바라기.

올해 처음 보는 해바라기가 반가웠다.

당연히 담아왔지. 그  난장이 해바라기를.

우리 밭 해바라기는 키다리 아저씨다.

그리고 늦게 피는 해바라기이고.

아칙도 키도 더 커야 하고

꽃이 피려면 한참 더 기다려야 할 것이다.

이 두 포기의 해바라기는

대야동 재개발 지역의 어느 밭에서 만났다.

재개발 한다고 모두 떠나고 없는

을시년스러운 동네에 꽃들은 남아 있으면서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나 같은 싱거운 할배가 아니면 누가 반가워해 줄까.

안쓰러우면서도 반갑다.

너의 고향은 中美중랬지.

가을의 길목에 서서/마지막 정열로 한껏 타오르며/

까아만 씨앗 영글어.

햇살 짙게 내리는 /여름 한낮 내내/ 노오랗게 바라보다가.

길다란 담 벽으로 다가오는 가을에/ 노랑에서 진노랑으로/

표정 바꾸어/더욱 짙게 씨앗 품으며.

먼 머언 기다림의 시간을 접어가는/ 겸허한 몸짓.

문득 그 옛날 / 우크라이나 들판에서/

끝없이 피어있는 해바라기를 바라보는 / 소피아로렌의 기다란 눈망울.

씨앗 속에 명멸한다.

(선영자 시인의 '해바라기'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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