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갔다가 돌아오는 골목 담 밑에 피어 있는 해바라기.
올해 처음 보는 해바라기가 반가웠다.
당연히 담아왔지. 그 난장이 해바라기를.
우리 밭 해바라기는 키다리 아저씨다.
그리고 늦게 피는 해바라기이고.
아칙도 키도 더 커야 하고
꽃이 피려면 한참 더 기다려야 할 것이다.
이 두 포기의 해바라기는
대야동 재개발 지역의 어느 밭에서 만났다.
재개발 한다고 모두 떠나고 없는
을시년스러운 동네에 꽃들은 남아 있으면서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나 같은 싱거운 할배가 아니면 누가 반가워해 줄까.
안쓰러우면서도 반갑다.
너의 고향은 中美중랬지.
가을의 길목에 서서/마지막 정열로 한껏 타오르며/
까아만 씨앗 영글어.
햇살 짙게 내리는 /여름 한낮 내내/ 노오랗게 바라보다가.
길다란 담 벽으로 다가오는 가을에/ 노랑에서 진노랑으로/
표정 바꾸어/더욱 짙게 씨앗 품으며.
먼 머언 기다림의 시간을 접어가는/ 겸허한 몸짓.
문득 그 옛날 / 우크라이나 들판에서/
끝없이 피어있는 해바라기를 바라보는 / 소피아로렌의 기다란 눈망울.
씨앗 속에 명멸한다.
(선영자 시인의 '해바라기'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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