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중열과 고율 부부가 지은 태국 치앙마이 그림일기 '여행을 기억하다'
저자인 배중열과 고율은 제주도 조용한 바닷가에서 그림을 그리면서
소규모의 실키스크린, 드로잉클래스를 진행하는 '제주 종이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부부다.
부부는 그저 느긋하게 걷고 편안하게 생각에 잠길 수 있는 어딜까 생각하다가
찾아낸 곳이 태국의 치앙마이였다.
그들은 걷기 여행을 좋아한다. 도로를 살짝 벗어나 작은 마을 구석구석을 걷고,
골목 사이에 자리잡은 행복을 우연히 발견하는 것으로부터 여행을 시작한다.
목적을 두지 않고 그저 길이 예뻐서 걷거나, 길모퉁이에 세워진 낡은 자전거에
시선을 두고, 이름 모를 꽃들을 반갑게 만나고, 언제 생겼는지 알 수 없는 오래된
가게에서 뽀얀 먼지 쌓인 빈티지 유리컵을 만지거나 .로컬 시장에서 난생 처음 본
이름도 생소한 과일을 맛보고, 무더운 날 구글맵에도 나오지 않는 구멍가게에서
사 먹은 코코넛아이스크림도 우연히 만나는 것도 행복으로 생각한다.
2015년을 시작으로 치앙마이를 다섯 번 여행했다. 여행 가방의 3분의 1이 그림
도구였고, 그곳에서 사람과 풍경을 바라보며 소소한 일상을 그리며 느긋하게
두 달 동안이나 지냈다.
참으로 마음에 여유를 가진 분들이다. 세상을 저자 부부와 같이 살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두 분은 독특한 그림 솜씨로 그림을 그렸다. 지금까지 이런 독특한 그림은 처음 본다.
두 분이 모두 그림을 그리는 분들이라 소소한 모든 사물이나 풍경이나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모두 그림으로 표현해 놓았다. 사진으로 올리면 훨씬 쉽고 생생할텐데.
공항과 지하철, 짜뚜짝시장, 과일 노점상과 길거리 음식, 마을 풍경, 송끄란 축제, 송태우타기,
선데이 마켓, 올드시티, 여러가지 먹었던 음식, 나나정글, 카페투어, 치앙마이 사원,
여러가지 과일, 지버리시 숍, 태국 맛사지, 이너프 포 라이프 빌리지, 비티지 소품,
태국 요리 배우기, 싼 캠핑 가는 날, 알아두면 좋은 것들(치앙마이 여행정보).
333페이지나 되는 책 중에 그림이 반 이 넘을 것 같아서 읽는데 부담도 없고 재미
있는 책이다
아주 오래 전에 캄보디아와 태국을 여행한 적이 어렴풋이 생각이 난다. 단체 여행이라
다양하고 느긋한 여행을 즐기 못하였지만 그 때 친구들의 모임에 따라가지 않았으면
캄보디아의 옛 사원 앙코르왔트도, 론레샵 수중 마을도 보지 못하고 태국 방콕이나
망고를 먹으면서 돌아본 섬 여행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칠순 때던가 딸네들이 베트남 여행을 같이 가자고 했을 때엔 가고 싶었지만, 건강이
많이 나빴을 때라 사양하고 제주도를 같이 갔었다. 지금 건강은 회복되었으나 나이가 많아
외국 여행은 가기가 어렵다. 국내 여행도 힘이 들고 거기다가 코로나까지 2년 넘게
그치지 않으니 어찌 하겠는가. 그래도 초.중.고 동기들 중에는 이미 하늘나라로 간 친구들도
많고, 홀로 남아 외롭게 지내는 친구들도 많은데, 우리 내외는 아직도 잘 걸어 다닐 수 있고
요양병원에도 가지 않고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으니 얼마나 큰 축복인가 싶다.
가끔 여행기를 읽으면서 해외 여행도 하고 국내 여행도 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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