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내 고향 천락 산골 마을에 살 때에 여름부터 가을까지 소를 먹이러
다니었다.
소를 산에다 풀어 놓은 다음 해질 무렵까지는 우리는 놀이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었었다
산 앵두나 산 복숭아를 따 먹기도 하고, 가을엔 도깨비 이야기에 나오는 고소한
'깨금"(개암 열매)를 따 먹기도 하였다.
우리 마을 앞산에서는 산도라지를 캐기도 하고 딱추(잔대)를
캐 먹기도 하였다.
잔대는 더덕 맛과 비슷하게 달았지만,
산도라지는 지금 밭에서 가꾸는 도라지보다 훨씬 맛이 쓰고 맛이 고약하였다.
등산이 유행하고 나서부터는 전국의 등산로 주변이나
가까운 산에서 자연산 도라지를 만나기는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워졌다.
교육전문직으로 근무하다가 교장으로 나온 뒤부터
빈 땅을 얻어 채소 농사를 지었다.
어떤 학교에서는 사택 안에 밭이 있어서 채소를 가꾸기도 하였고,
마지막 학교에서는 학교 밖에 철도부지인 너른 실습지가 있어서 상당히 많은
작물을 가꾸기도 하였다.
정년퇴임한 지 벌써 20년이 다 되어 가고 있다.
지금도 지인이 빌려준 국유지 밭에서 채소를 가꾸고 있다.
가꾸는 채소 종류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도라지기 필수 종목처럼 들어 있었다.
뿌리를 캐어 반찬으로도 하지만
보라색과 흰색꽃이 피면 보기에 좋다.
그런데 4년부터는 도라지 씨를 심어도 발아가 잘 되지 않는다.
재작년에는 집에서 딴 씨를 뿌려도 안 되고, 종묘상에서 도라지와
더덕 씨앗을 사서 모표장 흙까지 사서 심었는데도
한 포기도 나지 않았다. 아마 씨앗이 불량한 것이 아니었나 싶다.
야외로 나가 보면 밭마다 도라지가 보기 좋게 자라는 걸 보면
얼마나 부러운지....
여기 올린 도라지 꽃들도 산책을 나갈 때에 다른 밭에서 핀 도라지 꽃들이다.
작년엔 마산의 후배 아마 농부님이 씨앗을 주어서 그 분이
가르쳐 주는 대로 잘 심었지만 역시 발아가 되지 않았다.
보기에 안타까웠던지 올해는 자기 산밭에서 파종한 도라지 모종과
더덕 모종을 보내왔다.
도라지는 꽃이 피기 시작하고
더덕은 엄청 왕성하게 잘 자라고 있어서
올 가을엔 뿌리도 얻고 종자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도라지꽃 민요>
도라지 도리지 백도라지/ 심심산천에 백도라지.
한 두 뿌리만 캐어도/대바구니 철철철 다 넘는다.
에헤요, 에헤여 에헤요/ 에헤야난다 지화자 좋다.
얼씨구 좋구나 내 사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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