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사랑'
우린 만남의 약속을 버리고
아쉬운 공간만 남기며 돌아섰다.
우리가 언어의 단맛을 나눈 지 한두 해가 아닌데
풀어놓지 못한 말 어디 숨어 있는가.
우리에겐, 어둠에서나 볼 수 있는
평생의 달이 있지.
차오르는 초승달
꼭꼭 차는 보름달.
기우는 하현달
서로의 달로 태어나
우린 지구를 돌면서 사라진 적이 없지.
미움의 바퀴 있어도
우린 서로 시들지 않는 인연의 달빛이었지.
남북으로 두 갈래 달빛이던가
좌우로 달빛 두 갈래인가.
당신은 나의 달빛이었고
나는 당신의 달빛이었지.
(안시찬의 달빛 사랑)
달은 어둠 속에서 볼수 있는 사랑의 심볼이다. 달빛은 사랑을 풀어내는 순수의 아늑함이다.
달과 달빛은 따로의 존재는 아닌 것이며 변화무쌍한 몸과 마음의 관게를 유지한다고
유추해 볼 수 있다. 차면 기울고, 기울면 차고, 매일 매일 변하면서도 변하지 않는 순리를 내포한
달빛이 곧 시인이 포착한 사랑의 전부인 것이다.
개인사로부터 국가의 현실로 이동한 달빛 사랑은 좌우 이념의 골짝에도 남북 분단의
장벽에도 한결같이 스며들기를 바라는 심정 잘 영글어 있다.
사랑과 저주 사이, 평화와 전쟁 사이에서 서로 다른 두 갈래의 존재로,
달빛은 그렇게 빛나지 않을 것이다. 시인의 달빛 사랑은 우리들의
달빛 사랑이며 희망 합주곡으로 천하에 아롱질 것이다.
(김용재 평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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