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일 저런 생각

우리집 길양이

한길재순 2020. 7. 27. 05:28

'길양이'는 '길고양이'의 준말입니다.

우리집에 오는 고양이들은 모두 제멋대로 사는 길고양이입니다.

옛날에는 집에서 기르는 공양이가 아닌 고양이를 '도둑고양이'라고 했는데

언제부터인가 모르지만 듣기 좋도록 '길고양이'라 부릅니다.

지난 번에 '이쁜 길 고양이' 이야기를 올렸더니

내 종고모님이 "양이 참 이쁘네." 하는 댓글을 달았어요.

'양이'라는 그 말이 참 이쁘다고 생각되어,

나도 우리집에 오는 길고양이를

그냥 '양이'라고 부른답니다.

내가 '양이야!' 라고 부르면 대답은 안 하지만 동그란 눈으로 쳐다 봅니다.

자주 부르니까 제 이름인 줄 아는지 모르지요.

 

오늘도 양이가 우리집에 왔습니다.

그 동안 장마비가 계속 되어 오지 않았는데

비가 그친 후에 화분 사이에 앉아서 먹을 것 주기를 기다리는 것 같습니다.

식당에서 갖다 놓은 남은 고기를 그릇에 담아서 화분 사이에 놓았더니

얼른 나와서 먹지 않고 한참이나 주시하고 있다가

천천히 밥그릇 있는 곳으로 나옵니다.

자주 보는 사이인데도 아직도 나를 경계합니다.

"양이야!" 와서 먹어라."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한참이나 바라봅니다.

밥을 먹으면서도 카메라를 들고 있는 나를 바라봅니다.

먹다가 바라보고 또 먹다가 또 바라봅니다.

 

 

나를 경계하면서 그릇에 놓인 먹이를 먹다가

그 앞에 떨어져 있는 고기를 먹으러 화분 사이에서 앞으로 조금씩 나옵니다.

경계를 좀 푸는 것 같습니다.

 

 

완전히 몸을 드러내 놓고 있습니다.

그릇에 있는 먹이보다 밖에 있는 게 더 맛이 있나 봅니다.

 

내가 방으로 들어오고 한참 있다가 나가보면

가고 없습니다.

먹이를 먹을 때만 우리집 화분 사이에 앉았고

먹고 나면 가 버립니다.

 

어떨 때는 먹이 그릇이 비어 있어도 가지 않고

그냥 화분 사이에 앉아서 나를 기다립니다.

 

먹이를 갖다 주면 한참 주시하다가 살금살금 나와서 먹습니다.

어떨 때는 먹다가 남겨두고 갔다가 조금 있다가

다시 와서 먹습니다.

나를 저에게 먹이를 주는 할배로 아는가 봅니다.

그래도 가까이 오지는 않습니다.

 

오늘은 몇 번이나 와서 먹고 가고 또 오고 합니다.

밥은 먹어도 한 식구는 되기 싫은가 봅니다.

루리집에 매여 지내는 것보다 자유롭게 다니는 게

더 좋은가 봅니다.

혹시 편안하게 쉴 수 없는 자리가 없어서

그러는가 싶어서,

누워서 쉬는 집을 하나 마련해 줄까 생각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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