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일 저런 생각

돌이의 마지막 인사

한길재순 2019. 2. 24. 06:24

                          돌이의 마지막 인사

내가 마지막으로 키운 개는 '돌이'다. 친구의 농장에서 태어난 잡종 강아지이다.

우리집에서 키운 개의 이름은 모두 '돌이'다.

 우리집에서 기르는 강아지 관리는 모두 내가 한다. 집사람은 개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개들도 집사람에게는 별로 살갑게 굴지 않는다.

내가 아래층 대문간에 차를 세우기만 해도 반가워서 끙끙거리지만 집사람은 제 앞으로

지나가도 멀거니 쳐다보기만 한다.

 돌이는 강아지 상태에서 우리집에 오자말자 집사람이 발을 다쳐서 바깥 출입을 하지 못하고

한동안 집안에서만 지냈다. 심심하고 무료하니가 현관 밖에 있는 돌이와 같이 놀았다.

그런 동안에는 돌이도 집사람에게 살갑게 대했다고 한다.

나는 회식을 하고 올 때에는 남은 고기를 가져다 준다. 그러다 보니 외식을 하고 돌아오면

옷에 묻힌 고기 냄새에 돌이가 민감하게 반응한다.

산행을 하고 올 때에는 초코파이를 가지고 온다. 돌이가 초코파이를 고기보다 더 좋아한다.

초코파이를 통채로 주지 않고 잘게 부수어서 여러번 나누어서 준다. 돌이가 너무 좋아하니까

아껴서 자주 주면서 데리고 논다.

울산 딸이 초코파이는 개에게 해롭다고 주지 말라고 하였지만 나는 돌이에게 초코파이

주는 것을 그만 두지 못했다. 돌이가 나무 좋아하니까.

돌이가 여덟살이 되었을 때다. 어느날 산행을 하고 돌아왔는데도 돌이가 문 앞에서 늘어져서

일어나지를 않았다. 발로 건드려도 눈만 멀뚱멀뚱하면서 일어나지를 않았다.

심상치 않았다. 돌이가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래도 내가 아끼고 좋아하던

녀석인데 그냥 가도록 두고 볼 수야 없지 않은가.

그래서 동물병원으로 데리고 갔더니 원징도 심상치 않다고 했다.

" 갈 때 가더라도 그냥 보낼 수는 없으니 영양제 주사라도 한 대 놓아달라"고 하였더니,

원장은  심장 상태가  매우 좋지 않은 것 같다고 하면서 주사를 놓았다.

주사를 맞은 돌이가 나를 보고 꼬리를 두어 번 흔들었다.

 "돌이가 마지막 인사를 하는 것 같다"고 했더니 원장도 그런가 보다고 하였다.

그러고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돌이를 내 차에 싣고 장복산으로 가서 숲속 나무 아래에 묻어주고는 무덤 위에 그가 평소에 좋아하던 초코파이 하나도 같이 묻어 주었다.

동물도 천국에 갈 수 있다고 하면, 우리 돌이는 지금 천국에서 살고 있을 것이다.

 착한 돌이였으니까.

                  (경남 창원시 진해구 경화동 1168-16 장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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