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일 저런 생각

우리집 양이 이야기

한길재순 2022. 5. 30. 19:22

지난 5월 25일.

앞 집 담 아래 에어컨 바람통 옆에서

새끼를 품고 누워있는 우리집 양이를 발견하였다.

그 동안 배가 많이 불렀으므로 언제쯤 새끼를 낳나

궁금했는데, 어느날 보니까 배가 줄어든 것 같았다.

그러나 어디서 새끼를 낳았는지 알수가 없었는데

그날 처음으로 발견한 것이다.

노란색 새끼와 검은색 새끼 두마리였다.

며칠 뒤에는 에미가 새끼 두 마리를 우리 담 바로 아래

앞집 화장실 스라브 지붕 위로 옮겨 놓았다.

우리집 양주와 앞집 할매가 시간만 나면 고양이들을 보고

좋아하였다. 노랑이는 조금 더 크고 횔발한데 검둥이는

조금 작고 활발하지 못한 것 같았다.

거리가 좀 떨어져 있어서 그런지 우리가 쳐다보아도

아랑곳 하지 않고 젖을 먹이고 새끼들을 서로 장난을 치면서 논다.

 

지난 번 첫번 새끼는 세마리였는데 중간에 두 마리는 죽어서 에미가 어디로

숨기고 나중에 는 한 마리만 데리고 우리집으로 같이 와서 한 동안 지내더니,

다 크고 난 뒤 어느날부터는 새끼는 보이지 않았다.

그 뒤로 한 번도 보이지 않았는데 에미가 독립을 명령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앞집 할매가 보니까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 깜둥이를 보았다고 한다.

이번에는 두 미리만 낳았다. 그런데도 한 마리는 처음부터 작더니

같이 젖을 먹이는데도 점점 차이가 나서 껌둥이는 성장이 늦어서

마음대로 다니지 못하고 에미가 물어다 놓고 물고 가고 하였다.

노랑이는 몸집도 크고 활발하여 에미를 따라 어디든지 잘 다니고

작은 껌둥이를 못살게 굴었다. 껌둥이는 몸집도 작은데다 눈에 눈꼽이

끼고 앞도 잘 보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하여 안약을 여러 차례 넣어주었다.

에미와 노랑이는 이웃집으로 마실을 가면 깜둥이는 계단이나 마당에 혼자서

누워자고 있다. 나중에 에미가 오면 젖을 얻어 먹기도 하지만, 노랑이는

사료나  생선, 불고기 등을 잘 먹는데 깜둥이는 아예 그런 것을 먹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길고양이라서 밥은 우리집에서 먹어도 우리와는 가까이 하지 않는다.

에미는 우리집에서 밥을 먹은지 2년도 넘었지만 지금도 우리와는 남남이다.

새끼를 낳고부터는 마당에서 화단으로,   계단에서  우리집 베란다와 옥상으로

배짱좋게 누워서 놀기도 한다.

7월에 들어오더니 어느날 부터인가 세 마리 다 보이지 않더니,

노랑이와 에미는 가끔 와서 밥을 먹고 가기도 하고 담위에서 보이기도 하는데,

깜둥이는 며칠째 보이지 않는다.

아마 죽었거나 살릴 자신이 없어서 어디에다 갖다 버린 모양이다.

죽지만 않으면 장애를 가진 양이라도 우리가 보호하고 키워주려고

했는데, 에미가 처리를 했는지 모르겠다.

오늘 오후에 고양이 소리가 나서 나가보니 에미와 노랑이만 보인다.

사료와 점심 때 가져온 닭고기를 주었더니 먹고는

놀러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길양이는 보통 새끼를 낳아도 3 정도만 크고 나머지는 없어진다고 한다.

에미가 보고 안 될 놈은 먼 곳에 갖다 처리한다고 한다.

마음이 아프지만 길양이가 하는 걸 내가 어쩌겠는가.

노랑이도 조금 있으면 독립해서 우리집을 떠날 것이다.

며칠 전에는 제베 가족이 떠나고 또 껌둥이도 떠나고 보니

마음이 씁슬하고 안 됐다.

 

 

'이런 일 저런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6월 초하루 아침에  (0) 2022.05.31
5월이 갑니다.  (0) 2022.05.30
정관들의 인동덩쿨  (0) 2022.05.30
삼색병꽃나무  (0) 2022.05.30
산딸나무  (0) 2022.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