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경 스님 지음, 권윤주 그림 '고양이를 읽는 시간'
고양이를 만난 뒤, 독서가인 스님은 책을 읽듯 '고양이의 마음이 이건가?' 하고
읽기 시작했다. 일기는 책, 사람, 마음, 세상으로 나아갔다.
읽으니까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고, 들리지 않던 것이 들린다.
읽으면서 생각은 익어간다.
한 고양이에서 시작된 스님의 진득한 사유.
누구니 가질 수 있지만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
조계종단에서 여러가지 소임을 다하였고 서울 법련사에서 12년간 주지를 하시다가
동국대학교에서 교수로 일하면서 불교의 인문학적 해석을 평생의 일로 삼고 정진해온 분이다.
현재는 보조사상연구언 이사장을 맡고 있으면서 송광사 탑전에서 수행과 독서, 글을
쓰며 지내고 있다.
많은 저서를 남겼으나 얼마 전에 '어느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라는 책을 발간하시고, 이 번에는
고양이가 여름을 나는 이야기를 주로 쓰셨다.
스님은 탑전에서 '냥이'를 만나 그를 가까이 하면서 돌보고 친구처럼 지내고 있는 가운데
이름 모르는 길 고양이와 그 새끼 세 마리에게도 물과 사료를 제공하며 보살피지만, 그들은
늘 사료만 먹고 스님과는 멀리하고 지냈다.
냥이가 오고 그 다음 해에 남매 고양이가 탑전으로 옮겨 와서 그들을 돌보았는데
암컷인 이쁜이가 새끼를 네 마리나 낳았고, 그 다음에 또 새 마리를 낳았다.
추운 겨울에 두 마리나 죽어서 그들을 나무 밑에 준다.
또 이름 모르는 고양이가 탑전 부근 돌무더기 부근에서 샊; 세마리를 낳아서 살았다.
스님이 주는 사료와 물은 먹으면서도 늘 스님을 피한다.
그 중에 한 마리가 눈병을 앓았으나 치료에 실패하고 애꾸가 되었다.
멀리 떨어진 온천장 마을에서 농협 마트에 갔디가 상처를 크게 입은 수코양이를 치료해주고
집도 지어주고 갈때마다 챙겼더니 그 고앙이도 스님을 따르고, 직원들도 스님을 생각하면서
그 고양이를 잘 대접하였다고 한다.
고양이와 같은 동물도 사람의 정성이 통한다고 한다. 그래도 길고양이는 절대로 사람 가까이
하지 않는데 우리집 냥이도 그렇다.
이 책에는 고양이 이야기만 있는 게 아니라 스님의 철학이나 사상이 담긴 글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다.
그렇게 어렵지 않으면서도 재미있고 뜻 있는 내용으르 되어 있어서 유익하게 읽었다.
*부록에 있는 글을 소개한다.
1 새끼 고양이는 어미 고양이의 법칙을 따른다.
2. 고양이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면 온다.(길냥이는 그렇지 않는 것도 있다.)
3. 고양이는 어딘가를 보고 있는 듯하지만 정작 아무것도 보지 않는다.
4. 아무리 궁금해도 고양이 마음은 다 일 수 없다.
5. 고양이는 겨울에도 여름에도 햇볕 아래서 식빵을 굽는다.
주위 환경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 일을 한다.
6. 고양이의 하품도 역사가 될 수 있을까?. 그들도 하나의 역사를 만들어 간다.
7 고양이는 물방울과 복잡한 물건 사이를 걸림없이 지나다닌다.
8 고양이는 있는 그대로 완벽한 존재이다.
9 고양이는 다 다르다. 세상에 같은 고양이는 없다.
위 사진은 내가 돌보는 길냥이다. 그냥 '양이'고 부르는 암컷 고양이다.
우리집에서 사료와 먹이를 먹은 지 1년도 훨씬 넘었지만
지금도 나를 피하고 가까이 오지 않는다.
하루 세 번씩 꼭꼭 주는 먹이를 먹으면서도 항상 거리두기를 한다.
얼마 전에 새끼를 낳았는데도 어디서 낳았는지 몇 마리를 낳았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새끼를 낳고 난 뒤에는 더 자주 오지 않고 저녁에만
와서 사료를 먹고 가는데 우리를 보면 멀리 달아나고 모습도 보여주지 않는다.
사료를 먹지 않으면서 젖을 어떻게 주는지 걱정만 해 왔다..
지금쯤 젖을 떼었을텐데도 새끼는 데리고 다니지 않고 혼자만
와서 사료를 먹고 가는데 지금은 가끔 얼굴은 보여준다.
길고양이도 먹이를 주는 사람에게는 가가이 온다는데 스님의
글에서 보니 길 고양이는 대개 우리 '양이'처럼
사람과 가까이 하지 않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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