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일 저런 생각

옥잠화와 비비추

한길재순 2020. 8. 24. 16:10

8월 18일. 진해만 생태숲 온실 앞 화단과

진해 석동공원에서 하얗게 피어 있는 옥잡화를 만났다.

 

옥잠화는 옥잠, 백약, 토옥잠이라고도 불리는 백합과의 다년생초본이다.

중국이 원산지이며 관상용으로 공원이나 화단에 주로 많이 심는다.

봄에 싹이나고 7월에서 9월에 꽃이 핀다. 식용으로도 쓰인다.

옥잠화 꽃말은, 좋은 소식, 조용한 사람, 침착, 평안하고 고요함이라고 한다.

야생화 사전에는 중국에서 들여온 귀화식물이라고 소개하고 있지만,

70여년 전 내가 어렸을 적에 의령 산골 마을 산에서도 산나물로

캐 온 것을 생각하면 오래 전부터 야생으로 살아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봄에 누님과 형수님이 높은 산에서 고사리를 캐 올 때에 맨나물이라고 하여

취나물이나 곰취, 개미취, 미역취, 다래순 등을 같이 뜯어올 때에

옥잡화도 같이 가지고 왔던 기억이 난다.

따라서 지금은 요양병원에서 요양중인 누님괴 이미 고인이 된 형수님들의

모습이 아련하게 떠오르고 70년 전 고향으로 되돌아 가고 싶기도 하다.

우리집 화단에도 오래 전에 옥잠화 한 포기를 심었다.

하얀 꽃도 청순하고 하면서 주위를 밝게 비춰주는 것 같아 좋지만,

봄에 새로 돋아나 자라는 잎도 윤기가 자르르 흐르고 품위가 있어 보인다.

화단에 비파나무나 무화과, 앵두나무 등 큰 나무들이 자라 그늘이 많이 끼이게 되자

점점 쇠약해 지더니 작년에는 아예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2층 옆집에 혼자 사시는 할머니댁에 옥잡화 화분이 두개나 되었다.

작년에 하나를 나에게 분양해 주어서 올해부터 하얀꽃을 피운다.

우리의 삶도 깨끗하고 윤기가 흐르는 옥잠화 잎이나 주위를 환하게 해주는

하얀 옥잠화 꽃처럼 살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살려고 노력은 하지만 날마다 때가 묻고 깊숙히 자리잡은 몹쓸 욕망 때문에

그렇게 살기가 쉽지 않다.

나상기의 시 '옥잠화'를 소개한다.

 

입추 지나고 처서 지나/ 서늘해진 바람에/ 가을 정취 데려오는 시간에.

 

노을빛 석양이 물드는데/ 하얀 꽃봉오리 부풀어 올라/ 밤을 기다리는 옥잠화.

 

밤새워 은은한 향기 뿌리고/ 아침 이슬 머금고 꽃잎 접으려 한다.

 

지난 여름날 한밤중/ 달에서 내려온 선녀가 옥비녀 내려 놓는데/

그 자리에 하얀 꽃봉오리 옥잠화.

옥잠화를 닮은 꽃에 '비비추'가 있다.

비비추는 그냥 옥잠화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잎이 옥잠화보다 작고 꽃은

연한 자주색이다.

비비추의 꽃말은 하늘이 내린 선비, 인연, 신비한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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