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일 저런 생각

감꽃

한길재순 2019. 5. 17. 14:44

5월 17일,

우리 동네 감나무 있는 집을 돌며 감꽃을 촬영하였습니다.

"감꽃이 필 때가 가장 어실 때다."라는 말을

어렸을 적에 고향 마을 어른들에게 들은 기억이 납니다.

감꽃이 필 무렵이면 보리가 아직 익기 조금 전입니다.

이 때는 넉넉하지 못한  가정에선 양식이 거의 바닥이 날 때입니다.

그래서 쑥을 캐다 쑥털털이를  해서 끼니를 때우거나,

산에서 칡뿌리를 캐어다가 가루를 내어 수제비를 해 먹기도 하고,

소나무 가지를 벗겨 송기죽을 끓여 먹기도 하였습니다.

이 때가 가장 살기가 힘들 때란 말입니다.

'어실 때'란 말은  '보릿고개'를 일컫는 말이기도 하지요.

젊은이들은 모르는 말이겠지요.


보통 감꽃은 말라야 떨어집니다.

맛이 매우 떫습니다.

그래도 배고 고플 때는 마른 감꽃을 주워서 먹기도 하였습니다.

감꽃을 주워서 실에 꿰어 목걸이를 만들기도 하고요.



찰감 아니고 '조앙감'이라고 하는 감은

감이 달리는 감꽃은 보통 감꽃과 같지만,

감이 달리지 않는 감꽃은 아주 작았습니다.

그리고 그 작은 감꽃은 떫지 않고 달았습니다.

우리 동네에 그 감나무가 한 그루 있었습니다.

내 친구 집 헛간 옆에 있었지요.

온 동네 아이들은 이 감꽃을 줍기 위해 아침 일찍 다투어서 친구네 집

그 감나무 밑으로 갔습니다.

친구가 있을 때에 가면 떨어지기  나무를 흔들어서

나무에 달린 감꽃을 떨어지게 하기도 하고

나무에 달린 것을 따기도 하였습니다.

지금은 아무도 감꽃에 관심을 가지지 않습니다.

나이 지긋한 노인들의 추억 속에만 있는 감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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