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일 저런 생각

고향방문

한길재순 2018. 10. 21. 13:59

10월 20일 .10월도 하순으로 접어든다.

가을에 고향엘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을 한 지 오래 되었으나

먼길 운전이 여의치 않아 미루고 있다가

울산 둘째딸 내외와 함께 고향 마을에 계시는

네째 향수를 뵈러갔다. 내년이면 88세가 되신다.

3,4년 전까지만 해도 1년에 몇번씩 고향엘 다녔으나 이제는

나이도 들었고 몸도 그전만 못해 그렇게 하지 못해 아쉽다.

고향에 있는 조카가 데리러 왔다가 또 데려다 주는 일도

미안해서 더 할 수가 없다.


고향 마을 앞 논에는 추수를 기다리는 황금벼들이

풍년가를 부르는 것 같기도 하다.

형수님과 조카를 만나 담소를 나누다가

면소재지 '장군식당'으로 이동하여 점심을 같이 했다.

오랜만에 대접하는 식사 자리이다.

또 언제 올는지 기약이 없으니 헤어지기가 아쉽다.

내게는 한 분만 남은 형수이시고 우리집 사람에게도

한 분 뿐인 동서이시다. 6 형제 8 동서이었지만,

내게 형님은 부산에 한 분만 계시고,

내자에게 동서는 고향에 한 분만 계신다.

그 많은 형제들이 모두 하늘나라로 가시었다.

그럴 나이가 된 것이다.

막내인 내가 팔순을 넘겼으니.


부모님 산소를 성묘하고 신반 공원 뒤편에 있는 처부모님 산소엘 들렀다.

그렇게 산소 잔디를 가꾸려고 애쓰시던 큰 처남도 작년에 하늘나라로 가시고

지금은 창원의 처조카가 산소를 돌본다.

멀리 서울에 있는 처남들과 딸들은 모두 조카만 믿고 있다.

옛말에 굽은 소나무가 선산 지킨다는 말이 있다.

집안마다 유학가고 박사되고 객지로 나가 출세한 자녀들보다

고향을 지키는 자녀가 조상을 섬기는 것이다.

어렸을 적 추억과  총각선생님 시절의 정서가 딤긴 신반공원.

일제시대에 심었다던 벚나무가 가득 찼던 공원에

 봄이면 벚꽃이 화려하고 처녀 총각들의 밀회장소였던 그 넓어 보이던 공원이

내 나이가 많이지고 보니 규모가 참 작아 보인다.


초등학교 다닐적엔 선생님 따라 야외힉습을 왔고, 내가 처음 교단에 섰을 때엔 제자들을 데리고 자주 왔던 신반공원.

언젠가 벚나무에 기대 앉아 지금의 내자를 생각하며 그림같은 집을 그리던 생각이 난다.

부활절날 새벽에 성가대원들과 같이 올라와서 부활찬송을 부르던 그 때가

엊그제 같은 데 벌써 천국이 가까워 보이는 나이라니....


고을의 어른이었던 장인어른이 돌아가셨을 적의 장례식날의

기억도 새삼 떠오른다.

그 때 나는 둘째 사위로 조문객들을 맞이하는 일을 보았던 것 같다.

공원을 가득 메웠던 조문객들과 그날의 가없던 슬픔은 오래 전에 사라지고,

 30대였그 사위가 팔순을 넘겼으니 세월이 많이 흘렀나 보다.

언제 다시 산소를 찾을는지 모르지만 기회가 되면 다시 와야지.



신반 궁도장. 장인어른도 활량이셨다. 진해 벚꽃장 궁도대회에 오셨을 적에 친구분들과 같이 모신 일이 생각난다.

지금도 후배 궁사들이 국궁장을 잘 관리, 이용하고 있는 것 같다.

신만리 중동과 대문동 마을


둘째가 큰어머니에게 용돈을 드리고,

집사람은 소고기를 사드리고 점심도 대접하엿다.

연세 많은 형수께서 농사지은 고춧가루와 손수 만든 고추장.

조카가 구해놓은 아로니아 한 상자를 싣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와서 카드 영수증을 보니 소고기 가격이  10분의 일만 찍혀 있다.

전화로 연락하고 텔레벵킹으로 보내 드리니 고마워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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