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입니다.
가을이 깊어갑니다.
누우렇게 익어가는 벼를 보면 배가 절로 부릅니다.
빨갛게 웃음 짓고 있는 감을 보면
고향 마을의 같이 소를 먹이며 놀던 그 소녀가 생각납니다.
일찍 익은 참깨를 털던 어머님의 꾸부정한 모습이 그립습니다.
먼저 익은 콩이나 팥을 쪄서 지고 오시던 형님의 바재기가 눈에 선합니다.
물꼬를 손보던 긴 자루의 괭이를 들고 벼논의 논두렁을 거닐며
만족해 하시던 아버지의 모습도 멀리 보입니다.
알밤을 주워서 책상 서랍에 넣아 두었다가
학교에 가지고 가서 좋아하던 친구에게 주면
그 친구는 그렇게도 귀하던 만화책을 빌려줍니다.
잘 익은 홍시를 따서 어머님께 드리면
이빨이 없이 살아가던 어머님께서 무척 좋아하셨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틀니라도 해 드리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지만
그 때는 모두 그렇게 살던 시대였습니다.)
벌써 시월도 중순입니다.
튼튼한 밧줄이 있으면 빠르게 달아나는 세월을
큰 느티나무에 매어 두고 싶습니다.
이 좋은 시월이 흘러가지 못하도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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