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일 저런 생각
사랑으로 지은 집
한길재순
2021. 6. 10. 20:27
우리 부부는 맨손으로 신혼 생활을시작했다.
중년을 훌쩍 넘기는 동안 열심히 일했는데도 부는커녕 경영난으로 빚더미에 앉았다.
빚을 갚느라 젊은 시절을 잃어바린 나는 공황장애까지 겪었다.
몸과 마음이 지친 우리 부부의 꿈은 자식들을 출가시키고 전원생활을 하는 것이었다.
같은 꿈을 가진 동생 내외와 외곽의 땅을 샀지만, 동생과 달리 나는 집을 지을 돈이 모자랐다.
이 사실을 안 친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친구야, 돈 마련했어.오천만원 필요하다며?" 난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전화를 끊었다.
친구는 얼마 뒤 다시 이야기를 꺼냈다.
"왜 돈 안 가져가? 나는, 돈뿐만 아니라 친구까지 잃은 사람들 못 봤어?
친구 사이에 돈거래는 하지 말자." 하며 단호히 거절했다.
친구는 적금까지 깨서 모은 돈이라며 이자는 받지 않을테니,
언제 돌려 주겠노라 약속만 하고 가져가라고 거듭 제안했다.
그 배려에 감동 받았다. 나는 이 년 뒤에 갚겠다는 약속을 하고 돈을 빌렸다.
소원데로 동생과 나는 아담한 집을 두 채 지었다.
마을 사람들은 미당을 같이 쓰며 의좋게 지내는 우리 집을
'쌍둥이 집'아리 부른다.
나의 삶에는 사려깊은 친구의 사랑이 담겼다.
약속대로 원금을 돌려주었으나, 사랑의 빚은 여전히 내 마음 깊이 남아 있다.
(좋은생각 6월호에서 감명깊감명 깊게 읽은 전북 완주군에 사시는 김영진 씨의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