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일 저런 생각

두 번은 없다

한길재순 2021. 3. 22. 07:53

두 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무런 연습 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훈련 없이 죽는다

우리가 '세상'이란 이름의 학교에서

가장 바보 같은 학생일지라도

여름에도 겨울에도

낙제란 없는

반복되는 하루는 단 한 번도 없다

두 번의 똑같은 밤은 없고,

두 번의 한결같은 입맞춤도 없고,

두 번의 동일한 눈빛도 없다

어제, 누군가 내 곁에서

네 이름을 큰 소리로 불렀을 때,

내게 마치 열린 창문으로

한 송이 장미꽃이 떨어져 내리는 것 같았다

오늘, 우리가 이렇게 함께 있을 때,

난 벽을 향해 얼굴을 돌려버렸다

장미? 장미가 어떤 모양이었지?

꽃이었던가, 돌이었던가?

힘겨운 나날들,

무엇 때문에 너는 쓸데없는 불안으로 두려워하는가

너는 존재한다-그므로 사라질 것이다

너는 사라진다-그러므로 아름답다

미소 짓고, 어깨동무하며

우리 함께 일치점을 찾아보자

비록 우리가 두 개의 투명한 물방울처럼

서로 다를지라도

 

 

비스와바 쉼보르스카(1923-2012) 폴란드 중서부의 작은 마을 쿠르니크에서 태어나, 여덟 살 때인 1931년 폴란드의 옛 수도 크라쿠프로 이주하여 평생을 그곳에서 살았다.

야기엘론스키 대학교에서 폴란드어문학과 사회학을 공부했으나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중퇴했다.

1945년 『폴란드 일보』에 시 「단어를 찾아서」를 발표하며 등단한 뒤, 첫 시집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1952)부터 『여기』(2009)에 이르기까지 12권의 시집을 출간했다.

타계 직후인 2012년 4월 미완성 유고시집 『충분하다』가 출판되었다.

가치의 절대성을 부정하고 상식과 고정관념에 반기를 들면서 대상의 참모습을 바라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역사에 함몰된 개인의 실존을 노래했으며, 만물을 포용하는 생명중심적 가치관을 반영한 폭넓은 시 세계를 펼쳐 보였다.

정곡을 찌르는 언어, 풍부한 상징과 은유, 절묘한 우화와 패러독스, 간결하면서도 절제된 표현과 따뜻한 유머를 동원한 시들로 ‘시단詩壇의 모차르트’라 불리며, 전 세계 독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독일 괴테 문학상, 폴란드 펜클럽 문학상 등을 받았으며, 1996년 노벨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