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뱃돈 이야기
70여년 전 내가 살던 고향 마을은 40여호가 옹기종기 모여 살던 산골 마을이었습니다.
인동張哥인 우리 집안이 열 셋집이었고, 徐씨와 金씨 李씨들이 나머지를 찾이하고
있는 조용한 마을이었습니다.
설날 아침이 밝으면 제일 먼저 부모님에게 세배를 드리고, 그 다음에는 숙부님댁,
그 다음은 큰 사촌형님댁과 둘째 사촌형님댁, 그리고는 우리집 큰 형님과 그 아래
큰 자형댁, 중형댁으로 몰려 다니면서 세배를 하고 세뱃돈을 받았지요.
요즘 돈으로 환산하면 몇 천원이었을 것입니다.
요즘은 세뱃동 인상되어서 초등학생들도 만원 아래로는 없고
중고등 학생이 되면 5만원, 대학생은 10만원 정도 주어야 합니다.
정월 초사흘 쯤 되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사시는 연세가 많은 자형들이 처가에
오시면 자형들에게 세배를 하고도 세뱃돈을 받기도 하였답니다.
어른이 되고 나서 생각해보니 다른 분들은 나무를 팔아서 모아 둔 돈이 좀 있었지만,
농사도 많지 않고 그런 수입도 없던 숙부님과 농사는 좀 지어도 다른 수입이 없던
큰 사촌형님, 그리고 나무만 해서 팔고 날일만 하던 또 다른 집 어른은 설날 세뱃돈을
어떻게 감당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조금 여유가 있을 때에 그 분들이 살아 계셨더라면 그 세뱃돈 이야기를 하면서
용돈이라도 줄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지금은 그런 풍속도 거의 없어지고 직계 손자들만 세뱃돈을 주는 세상이 되었지요.
손자들도 직장을 가지면 세뱃돈 지급대상에서 제외되고 오히려 용돈을 얻는 대상이
되기도 하고요. 5급 공무원인 외손녀는 취업하던 그해부터 명절 용돈을 주고 갑니다.
올해는 설 명절 못 쇠고 노동법 설명서를 작성하는 팀에 차출되어 귀성하지 못했습니다.
올해는 손자 둘에게만 세뱃돈을 주었습니다.
올해 울산시교육청 교원임용고시에 합격한 손녀는 내년에는 할아버지에게
용돈을 가져다 줄 것입니다.
가까이에 사는 질녀네 아들인 종손자 두 내외가 오면 손부들에게도 할매가 세뱃돈을 주는데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오지 않아 지출이 줄었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