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길재순 2020. 4. 5. 19:57

개나리를 보면 병아리가 생각나고

'병아리를 보면 개나리가 생각나는 건

엣날에 부르고 가르쳤던 그 동요 때문일거다.


아주 먼 엣날 내가 어렸을 적에는

봄이면 집집마다 어미닭이

달걀을 품고 21일쯤 지나면

앙증스럽고 이쁜 병아리를 깐다.

마당에서 모이를 찾으면 어미닭이  먹지 않고

'꼬꼬꼬꼬' 하면서 병아리를 불러서 먹게 한다.


집 주인라도 병아리 옆에 가면 갈기를 세우고

공격자세를  취한다.

어쩌다가 새매나 까마귀라도 날면

꼬'꼬꼬꼬' 다급한 소리로 병아리들을 불러서

날개 아래 품는다.


어느 때부터인지 병아리는 어미닭과 관계없이

부화기에서 대량으로 깨어지고

농가에서도 그 부화기에서 깬 병아리들을

시장에서 사 와서 기르게 되었다.


부화기에서 나온 병아들 중에 수평아리를

골라내는 병아리감별사란 직업도 생겨났고

도태 직전에 놓인 병아리들을

초등학교 교문 앞에서 파는 직업도 생겼다.


어이들은 그 병아리가 귀엽다고

사서 가져 오지만 대부분 죽게되어

어린 마음에 상처를 받기도 하였다.

 


며칠 전 진해 장천 벚꽃공원에 갔다가

친구와 같이'버섯골식당'에서 버섯전골을 먹었다.

계산하러 일어날 무렵에

내가 앉았던 맞은 편에 달걀도 보이고

이쁜 병아리가 보였다.

작은 상자 속에 달걀을 넣어두고 온도를 맞추어

부화를 하는 것이었다. 그게 부화기인 것 같다.



병아리, 노랑병아리 검정병아리, 갈색병이리.

갖 깨어나온 병이리들이 꼬물꼬물 움직이는 게 신기했다.

오랜만에  병이리가 깨어나오는 모습을 보니

 나도 열살 산골 마을 소년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나리나리 개나리 입에 따다 물고요

병아리떼 쫑종종 봄나들이 갑니다."


'버섯골식당' 부화기에서 나온 병아리들도

곧 버서농장 뜰이나 벚꽃동산으로

나들이를 가겠지.

어미닭이 없으니 누가 데리고 가면 누가

그들을 날개 아래 품어서 보호해 주겠나.

팔순 노인이 다시 어린애 같은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