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일 저런 생각

고운 단풍처럼 물들고 싶어

한길재순 2019. 9. 1. 14:53

'성복선 수필집 '고운 단풍처럼 물들고 싶어'

나이 팔십에 수필집을 내다니 정말 대단한 할매다.

 자랑스런 12사범 동기 친구이다.



얼마 전에 시집을 낸 선영자 친구, 가족 작품집을 낸 박묘란 친구, 

새 수필집 도착이 코 앞에 다가운  정수자 친구.

그러고 보니 모두 12사범 여자 동기들이다.


남자 친구들은 지금 팔순의 고개를 넘고서 숨을 돌리고 있는데,

여자 친구들은 "인생은 팔십부터"라고 하는 것처럼 활기에 넘친다..

 어쨌든 기쁘고 즐거운 일이고 크게 축하할만한 일이다.

사람마다 취미가 다르고 살아가는 방향이 다르므로 책을 내지 않은

 친구들이 조금도 움츠릴  일은 아니다.



건강을 위하여 날마다 둘렛길을 걷거나 골프를 하는 친구,

취미교실에서 바둑을 두거나, 탁구를 치는 친구,

흘러간 옛 노래를  가수처럼 부르고, 수준 높은 음악이나 영화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공급해 주는 활동을 하는 친구도 있고,

도서관에서 독서를 하면서 녹슬어가는 뇌를 볼링하거나

라인댄스나 고전무용을 즐기거나, 서예나 그림그리기

삼매에 든 친구들도 있으며,

1. 10, 100, 1000 활동으로 더욱 활기차게 나날을 보내는 친구도 있다.

나도 지병을 가지고도 날마다 산과 들로 다니면서 자연과 벗하고,

이쁜 꽃이나 다람쥐나 청솔모 사진을 찍어 친구들에게 보내고 있다.


이 번에 수필집을 낸 성복선 친구.

그는 '고운 단풍처럼 물들고 싶은 ' 멋쟁이 할매다.


인생 팔십을 되돌아보면 자랑스런 일도 많고 후회하거나

더러는 원망할 일도 적지 않을 것이다.

누구나 그럴 것이다.

젊었을 때에 부모 모시는 일이나 남편 내조하는 일이나

자녀들 뒷치닥거리 한다고 하지 못했던 일들을 되돌아보면서

 잘 키워 놓은 자녀들의 도움도 받으면서

여유롭게 지내며 안방이나 지키고 있을 게 아니라,

건강을 위해 골프도 치고, 탁구도 치고, 친구들과 서울 대공원

들렛길을 걷거나, 혼자서도 종로구 이곳 저곳의 호젓힌 숲길을 걸으며

인생을 관조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한창 젊었을 때의 맞벌이 부부 생활의 애환이나 가부장 정신이

강했던 부군과의 사소한 갈등, 군인독재 시절 신문사 강제 폐간 후에

잠시 동안 겪었던 생활의 어려움을 혜쳐나가던 일,

문간방에 세들어 살던 사람들과의 사이에 있었던

특별한 경험들, 호주로 이민간 동생네 집으로 여행 간 일과

가족 크루즈 여행,  서울 동기들과의 국내 여행,

늦깎이 문학 수업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마치 포도송이처럼 조라조랑 열려 달려 있어서,

12사범 동기간이지만 서로 알지 못했던 여자 친구 성복선님의 인생을,

조용한 카페에 앉아 와인 한잔 나누면서  같은 시대를

살아온 동년배로서 겪어온 굴곡 많은 80년의 인생을 

 허심탄회하게 나누는 그런 기분으로 읽었다.



최근에 읽은 많은 산문집 중에 가장 공감이 큰 책이다.

 동기의 글이라서 그렇기 보다는 그의 글의 내용이

  해방 후 70여년간 험난한 세월을 헤치며 살아온 

우리 모두의 삶과 닮은 내용을 진솔하게 표현하였으며,

 그 동안 문학 수업으로 갈고 닦은 꽤 높은 수준의 글이기 때문이리라.


이제 새로운 작가로 출발을 하였으니 건강을 잘 관리하면서

앞으로 더 좋은 작품을 많이 써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