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복산 다람쥐와 청설모
8월 2일 오전.
어제에 이어 오늘도 그늘 짙은 장복산 편백림과 소나무 숲길을 걷는다.
한 시간 정도 숲 속의 데크로드를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걸어서 진흥사를 거쳐 편백림 치유센터 쪽으로 가다가
국궁정 방향으로 내려왔다.
거기 다람쥐 다리가 있다.
진흥사 가는 길 아래쪽은 '유아숲 체험장'이다.
여름방학 중이라 꼬마들의 소리가 멎어 지금은
조용한 숲 속 공간이다.
장복산 숲속길로 온다는 교우들과 통화를 하고 있는데
사람 소리가 나서 돌아보니
청솔모 한 마리가 내 바로 옆 통로에 있다는 전언이다.
반가운 마음에 얼른 스마트폰 카메라를 찾는데,
그 녀석은 재빠르게 옆에 있는 상수리나무를 타고
달아난다.
달아나는 청솔모를 무슨 재주로 붙잡나.
계속하여 나무 가지 사이로 달아나는 청솔모.
서툰 솜씨로 그를 잡으로고 애쓰는 할배 카메라맨.
가다가 우뚝 서는 경우가 있는데
오늘 저 귀여운 청솔모는 도무지 설 생각을 하지 않는다.
어쩌면 청솔모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여기서 잠깐 멈추는 청솔모의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자세히 보세요. 확실하지요?
할배 솜씨도 그런대로 보통은 되나요?
청솔모가 솔방울을 까먹고 아래로 버린 쓰레기다.
어제 치유센터 옆에서 촬영한 것이다.
(청솔모는 보이지 않았고)
청솔모가 멀리 달아난 직후에 다리 건너편에 다람쥐 한 마리가 보인다.
카메라를 열고 보니 이디론가 숨었다.
오늘 무슨 횡재인가 싶다.
간밤에 꿈자리가 좋았나!
다시 보니 다람쥐 다리 위를 달린다.
이 녀석도 잠시도 서서 포즈를 잡지 않고 빠르게 도망가는 것이다.
그래도 잘 잡혔다.
이쁘지요? 다람쥐의 달리는 모습이.
다람쥐를 만난 것도 꽤나 오래 되었다.
청솔모를 만난 것도 오래 되었고.
그런데 오늘은 두 종류의 비슷한 습성을 가진 동물을 모두 만났으니
얼마난 재수 좋은 날인가.
천방지축으로 다니다 보니
이런 재미도 보는것 같다.
"상놈은 발덕"이란 말이 생각난다.
부지런히 다니다 보면 이런 횡재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