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일 저런 생각
도불산 진달래꽃을 만나다
한길재순
2019. 3. 16. 14:25
998산우회 카페에서 진달래 핀 것을 언뜻 보고
화들짝 놀랬습니다.
이른 봄이면 나를 기다리는 그님을 찾아
진해 도불산으로 올라갔습니다.
오늘 꽃샘추위가 시샘을 한다고
제법 쌀쌀한데 너무 일찍 산으로 갔다고
가볍게 나무라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김소월의 영변 약산 진달래는 아직도 한참 더 있어야 피겠지요.
진해 도불산 진달래도 다음 주에야 활짝 필 것 같습니다.
산 들머리에 꽃이 보이지 않아서 너무 일찍 왔나 싶었는데
조금 더 올라가니 일찍 핀 진달래가 활짝 웃으며 손짓을 합니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따라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흘러간 옛 노래가 떠오릅니다.
가사가 틀리지나 않는지 모르겠네요.
내 고향 진달래는
아직도 피지 않았는지.
초등학교 다닐 적에 형수님을 재촉하여 아침 일찍 밥을 먹고
책보를 어깨에 메고 학교로 바로 가지 않고
산 바위 위에 탐스럽게 핀 진달래를 꺾어서
대나무로 만든 교실 꽃병에 꽂는 것이 내 일과였지요.
선생님 책상 위에 먼저 꽂고요.
공부도 1등이고 꽃꽂이도 1등이었던
그 때가 그립습니다.
그 때가 행복했습니다.
진달래꽃을 따서 먹으면 입술이 파래졌습니다.
(어렸을 적엔 참꽃이라 했지요.)
아무리 많이 따 먹어도 배부르지 않는 것이 진달래꽃이었습니다.
그런데 냇가엔 핀 버들강아지를 따서 먹으면 금방 배가 불렀답니다.
"참꽃 밭에 가면 허기 나서 죽고
버들강생이밭에 가면 배가 터져 죽고."
이런 전래 동요도 있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