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읽은 큰 딸의 편지글
내 사랑하는 내 동생 혜영아.
갑작스런 시어머님의 병환소식에 얼마나 놀라고 마음 아파했는지 모른다.
신서방과 네가 받은 충격은 또 얼마나 크겠니?
병 간호 문제나 입원할 병원을 결정하는데도 고심이 많을 줄 안다.
더구나 몇 년 전 시아버님을 그렇게 보내고 이 번에 또 시어머니께서도 같은 병으로
걱정을 하게 되다니 왜 이런 일이 계속해서 일어나는지 알수가 없구나.
시편 기자가 말씀 하시길 "인생이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 하지 않았느냐?
어머님께서 팔순을 넘기도록 건강하게 사셨으니 강건한 편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네.
사람이 죽고 사는 건 누구에게나 다 있는 일, 그게 언제 어떻게 올지는 아무도 모르지
않니.
하나님께서 부르시면 언제 어느 곳에서나 순응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우리 인생이니
다가온 시련을 지혜롭게 대처하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모셔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비록 멀리 떨어져 살아서 자주 만나 돕지 못하더라도 언제든지 전화로라도 연락하고
의논을 하자꾸나. 진해에는 친정 부모님이 계시니 갑작스럽게 어려운 일이 생기면
지체말고 말씀을 드리려므나. 잘 도와주실 거야.
사랑하는 내 동생 혜영아.
요즘 들으니 경화동 아버님께서도 가끔 이상한 꿈을 꾼다고 하더구나. 꿈에 먼저 가신
큰아버님을 만나거나 선배나 친구를 만나기도 한단다. 그래도 따라가거나 하지 않고
금방 꿈인 것을 알게 되어 다행이라는구나. 왜 그런 꿈을 꾸는지 어머니도 듣기가
좋지 않다고 하더구나.
어젯밤에는 자다가 일어나 귀에 큰 소리가 들린다고 어머니를 께우셨대.
냉장고 소리겠지 하셨지만, 보청기를 빼면 그런 소리를 듣지 못하는 아버지잖아.
보청기를 뺐는데도 냉장고 돌아가는 큰 소리나 멀리서 헬리곱터가 날아가는 소리가
귀에 들린다고 신경이 쓰이시겠지. 그래도 그러려니 하시고 잘 주무셨다니 다행이지 않니.
매일 가벼운 산책을 하시고, 날마다 좋은 책을 읽으시고,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메일이나
카페에 글을 올리시며, 한문공부나 한글 서예도 하시는 아버지께서 요즘 왜 그러시는지
모르겠네.
어머니께서는 워낙 건강하시고 운동도 하시고 날마다 새벽기도회에 나가시니 얼마나 든든하냐.
아버지의 건강도 그런 어머니께서 도와 주시니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 같기도 하고.
요즘 백세시대라고들 하고, 어떤 분은 구십을 넘기고도 전국 노래자랑 시회를 하고, 어떤 분은
농사도 짓고, 김형석 박사님은 100세도 글을 쓰시고 강연을 다니시지만, 모두 그런 것은 아니란다.
보통 사람들은 대개 팔십을 넘기고 구십으로 가는 과정에서 병을 얻어 눕는 경우가 많고 노쇠하여 활동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더라.
석동 시부모님께서는 연세가 높고 큰 병을 않기도 하였지만, 지금은 두분께서 그런대로 건강을 유지하고 계시니 정말 다행이야.
이야기가 길어 졌구나.
내 동생 혜영아. 권재 해군훈련소 입소 소식도 전국 카페와 메일로 보내신 것을 너도 읽었지.
늠름한 막내 손자 자랑을 하고 싶었던 아버지의 마음을 읽고, 나도 권재가 씩씩한 해군 수병이
되기를 기대하면서 기도 할께.
곧 신학기 개학을 할텐데 너희 내외가 너무 힘들지 않을까 걱정 된단다.
시동생 되는 분이 진해에 계시니 많은 도움이 되어 다소 마음이 놓이긴 하구나.
부디 시어머님의 병환아 호전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우리의 기도가 되어 하나님께 상달되었으면
좋겠다.
힘 내라 내 동생 헤영아. 자주 연락하마.
2019년 2월 20일 언니가.
(20일 밤 꿈에 읽은 큰 딸이 동생에게 보낸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