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일 저런 생각
두번 째 과일 앵두
한길재순
2018. 6. 8. 05:32
앵두가 익었습니다.
앵두는 체리가 우리나라에 들어 오기 전에는
봄에 가장 먼저 익는 과일이었습니다.
옛날에는 집집 마다 앵두 나무 한 그루씩 심었습니다.
감나무,대추나무와 함께 담장 밑이나 우물가에 심었던
오랜 정서가 담긴 과일이지요.
지금도 주택의 정원에서 더러 봅니다.
빠알갛게 익어가는 앵두가 담 넘어 보일 때엔
옛날 어릴 적 이웃집 소녀를 보는 듯 합니다.
익어가는앵두를
하나둘 시나브로 따 먹다가
모두 익으면 그릇에 따 담아요.
앵두를 보면 고향 생각납니다.
대추나무 옆 꽃밭에 있던 앵두나무에
봄이 되면 하얀 꽃이 피고
초여름엔 빠알간 열매가 익지요.
빠알갛게 익은 앵두를 따서 이쁜 종이에 싸서
내 사랑하던 그 소녀에게 전해주면
그 녀의 볼도 앵두처럼 빠알갛게 되어요.
우리집 앵두를 같이 보고 즐기던 누님은
치매를 앓아 동생인 나를 아들이라 하고
막내 여동생은 멀리 평택으로 이사를 가서
언제 만날 지 기약조차 없네요.
앵두를 딸 대에는
흐러간 엣 노래를 흥얼거립니다.
"앵두나무 우물가에 동네 처녀 버람났네."
정말 그랬는 지는 모릅니다.
그 바람난 처녀들도 이젠 팔순이 되어
행복한 노후를 즐겼으면 좋겠네요.
앵두를 따서 가족과 함께 나누고
앵두주를 담아 봅니다.
찬구와 앵두주를 나눌 생각을 하면
마음 설레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