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기적이다.
물 위를 걷고 하늘을 날으는 것만 기적이 아니다.
기적은 언제나 누구에게나 일어나고 있다.
지금 내가 이렇게 걸어다니고
가고 싶은 곳으로 나다니며 친구들과 만나 마음대로
이야기를 나누며 살아가는 것도 기적이다.
어느날 자동차를 타고 가다가 옆 차선으로 달리던 기름 운반차의 사고로
불의의 죽음을 당한 사람들을 생각해 보라.
그 시간 조금 전에 그 길을 갔지만
무사한 사람들은 모두 기적을 경험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나도 살아가면서 기적을 여러 번 체험을 했다.
꽤 오래 된 일이다. 출장을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창원 신촌 삼거리를 지나 양곡교회 앞을 지나는데
갑자기 신호가 바뀌었다. 그냥 달렸으면 괜찮았을 것이지만
정지 신호라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았더니 내 차가 뺑 돌아 반대편 차선에 가서 서는 게 아닌가.
만약 그 시간에 진해에서 마산으로 오는 자동차가 있었다면 어찌 되었을까.
생각만 해도 오싹해진다.
정말 기적적으로 위기를 모면한 셈이다.
한 번은 김해 진례에 사는 지인을 만나러 갔다.
점심을 같이 나누고 그 분을 집에까지
데려다 주고 골목길을 돌아나오는 길이었다.
골목길을 돌아나오는데 복개가 안 된 작은 시내가 있다는 걸 몰랐던 것이다.
그런 줄 알았으면 아주 천천히 커브를 돌아 내 옆에 있는
도로를 따라 나왔을 것이다.
무심코 커브를 돌았는데 내 차가 냇가에 빠지고 한쪽 바퀴만
걸려 있는 게 아닌가.
겨우 자동차에서 빠져 나와 보험회사에 연락하여 견인차
두 대가 와서 자동치를 끌어 올렸다.
그런데 나는 다친 데가 없이 무사하였다.
그 때 자동차가 더 심하게 쳐박혀서 다쳤으면
혈소판 감소증 환자인 내가 지혈도 안 되고 얼마나 힘들었을는지 모른다.
정말 기적적으로 위기애서 벗어났던 것이다.
1년전이다. 부산대학 병원에서 수혈을 받기 위해 기다리던
중에 화장실에 갔다.
수혈 중에 화장실 가는 게 불편할 것 같아서다.
보호자인 내자와 큰처남을 거기 있으라 하고 혼자서 진료실
옆 화장실로 갔다.
어지럽지도 않았고 아주 정성적인 상태였다.
소변을 보고 지퍼도 올렸다.
그때도 아무런 이상이 없었었다.
그런데 내가 갑자기 뒤로 넘어져 용변을 보던 화장실
나무 문을 머리로 박았던 것이다.
안에 있던 어떤 환자가 놀라서 고함을 치니 바깥에 있던
보호자가 들어와 데리고 나갔다.
눈을 떠 보니 내가 타일 바닥에 앉아 있는 게 아닌가.
정신도 들었고 다친 데도 없는 것 같아 일어나 밖으로 나와 앉아 있었다.
접수실 간호사가 와서 괜찮으냐고 묻기에 걱정하지
말라고 하고 주사실로 왔다.
가족에게 이야기를 하고 수혈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지금까지도 내가 왜 갑자기 넘어졌는지 의문이다.
그 때 타일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는데도 골반이나
고관절에 이상이 없었고 머리도 문에 부딪혔지만
이상이 없었다.
만약에 머리에 이상이 있거나 골반을 다쳤더라면 나는
지금까지 누워 있거나
천국으로 갔을 것이다. 기적이 아닐수 없다.
꽤 오래전 일이다. 진해 여좌동 구구회 연말 모임이 북면 온천장에서 있었다.
그 다음날 아침 일찍 사우나탕으로 갔다. 얼떨결에 보청기를 빼지 않고 탕
안으로 들어가 머리를 씻는데 보청기 생각이 나서 급히 밖으로 나왔다.
천천히 나와야 하는데 마음이 급했든지 뛰어나오다가 수건이 깔린 곳에서
미끄러졌다.
순간적으로 뒤로 넘어져 머리가 마루에 부딪쳤다.
금방 일어나긴 했으나, 머리를 만져 보니 피가 났다. 혹시 뇌를 다치지
않았을까 하고 걱정을 했는데, 아침밥을 먹을 때까지 이상이 없었고
진해로 돌아와 병원에 가서 열바늘 넘게 기웠으나 다른 이상 징후가
없이 치료가 되었었다. 뇌를 다쳤으면 식물 인간이 되었거나 지금까지
살아 남지 못했을 것이다.
이것도 내가 경험한 기적이라고 생각하면서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