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없이 굴던 일등병
1960년 겨울 내가 근무하던 강원도 양구는
겨울 내내 영하 20도의 추위가 전방을 지키던
군인들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민간인들이 살지 않는 곳이라
부대 울타리 옆에 소변기를
설치해 놓았는데 소변이 밖으로 나오자말자 얼어서 작은 빙산이
만들어지기도 하는 겨울이었다.
눈은 이찌 그렇게 자주 내리든지 날마다 제설 작업이
일과의 하나이기도 하던 겨울이었다.
어느날 육사 출신인 우리 소대 소대장님이 출장을 가시고
선임하사가 소대를 지휘하고 있었다.
그날도 눈이 많이 내려 소대원들은 제설작업에 나가고
나는 뻬치카 옆에서 내무반을 지키고 있었다.
제설작업이 마무리 될 무렵에 병장 한 사람이 헐레벌떡 들어왔다.
"기재계! 제설작업 현장에
한 번 같이 가 보자."('기재계'는 소대 직제에도 없는 직명으로 소대 서무를 맡던 운전병 티오였다).
무슨 일인가 하고 현장으로 니가 보니 다른 소대원들은
제설작업을 마치고 우리 소대원들만 남아
있었다. 옆 3소대장 배소위님이 우리 소대원들에게 너무
많은 양의 제설작업을 시켜 도저히 다할 수
없다는 불평이었다. 내가 봐도 불공평한 업무 배당이었다.
그래서 나무 막대기로 선을 그어 그 안으로만 작업을 하고 내무반으로
들어오라고 말을 하고 내무반에 와 있었다.
소대원들이 제설작업 마치고 들어온 후에 배소위님이
얼굴이 벌겋게 돼 가지고
내무반으로 들어왔다.
왜 제설작업을 다 안 하고 들어왔느냐?고 따지는 것이었다.
소대원 중에 한 사람이 우리 장일병이 그것만 하고
들어오라고 했다는것이다.
내무반에서 곡괭이를 빼 가지고 나보고 엎드려 뻐치라는 것이다.
일등병이 소대장이 지시한 것을 어기고 맘대로 할수 있느냐?는 것이다.
제설작업 배분이 공평하지 못했다고 설명을 하니까 더
노발대발하는 것이었다.
엎드려 뻐쳐 자세로 있는데 마침 옆 소대의 이소위님이 들어 와서 말리셧다.
화가 난 배소위님 하는 말. "학교 선생하다가 왔다고 대접을
해 줬더니 소대장을 우습게 안다"고.
이소위님의 중재와 나의 사과로 일단락 지긴했지만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는 제설작업 항명 사건이었다.
제대를 한 후에 어디서 무얼 하고 사시는지
한 번 만날수 있으면 웃으면서 밥이라도 같이 나누고 싶다.